예술로서의 사진이 추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조형성의 탐구와 당대성 혹은 현대성의 반영으로 거칠게 구분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 20세기 모더니즘 사진은 인간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형식주의 조형사진, 아방가르드적인 뉴 비전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저널리즘 사진)으로 분류 할 수 있는데, 형식주의 조형사진과 아방가르드적인 뉴 비전 사진은 동시대 사진가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그리고 현대성을 반영하는 사진은 1960년대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그 당시의 대표적인 사진가가 리프리들랜더(Lee Friedlander)와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등 이다. 그리고 그들이 중요한 표현대상으로 삼은 공간이 도시(都市)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도시는 문화의 생산지이자, 소비지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늘 현대성을 반영하는 대상에 천착하고 있는 사진가를 비롯한 동시대 예술가들에게는 도시가 중요한 표현대상이자, 예술적인 담론(藝術的 談論)의 근원(根源)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작가들은 도시가 현대성을 반영하는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도시(都市)는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문화적으로는 항상 새로운 담론을 생산하는 곳이지만, 물질적인 면에서는 소비의 중심지이자 비생산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풍요와 빈곤, 정의와 불의가 두드러지게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도시의 낮과 밤은 시각적으로도 다르게 읽혀지고, 전혀 다른 의미가 발생한다.

김기양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밤풍경을 표현대상으로 다루었다. 작가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의 풍경을 정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색채로 포장하여 시각화 한 것이다. 인공조명과 사진기의 기계적인 특성이 유효적절하게 얽혀서 현대적이면서도 보는 이들의 정서를 현혹하는 결과물로 읽혀진다. 그리고 결과물 자체가 작가의 내면적인 영역과 동시대성을 반영한다.

이상길이 관심을 갖은 대상은 얼핏 보면 평범하고 일상적인 도시풍경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품 한 장 한 장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도시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건축물 여기저기에 보안 카메라가 설치되어있어 동시대인들의 일상적인 삶을 누군가가 엿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지극히 사적인 삶의 모습이 감시당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과 문화를 풍자한 동시대적인 사진기록물이다.

이영동은 동시대인들의 서글픈 자화상 혹은 시대의 아픔으로 느껴지는 도시의 풍경을 다루고 있다. 재개발 이라는 이름하에 입주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펼쳐지고 있는 폭력적인 도시풍경에 대한 자신의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중에서 밤에 찍은 사진들은 철거현장의 흉측스러운 외양을 더욱 더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낮에 찍은 사진들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정서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상과 주변 환경이 어우러져서 작가의 표현의도를 강하게 강조하고 있다.

정미숙은 유럽여행에서 만난 중세도시의 건축물을 배경으로 설치되어 있는 광고간판을 표현대상으로 다루었다. 작가는 동시대에 존재하고 있는 중세건축물과 상업적인 광고간판 그리고 그곳을 배경으로 거닐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묘하게 대비되게 기록하여 현대도시의 이중적인 구조를 환기시켜준다. 특히 작품 여기저기에 내포되어 있는 유혹적인 컬러와 건축구조물이 상호작용하여 동시대를 상징하는 문화적인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다.

주원상은 도시외곽의 재개발 풍경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그런데 자신의 견해를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정서적이면서도 조형적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준다. 그 결과 과격한 사회적인 구호나 기호로 읽혀지기 보다는 탐미적인 요소가 작동하여 보는 이들의 정서를 자극한다. 현실에 대한 역설적인 수사법이 구사된 결과물이다.

홍인숙은 현대적인 건축물의 외양을 표현대상으로 선택하였다. 작가는 조형적이면서도 감각적인 프레이밍으로 대상을 재구성하였는데, 표현대상의 컬러와 대상자체의 디자인적인 외관이 효과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서 언어적인 범위를 벗어난 또 다른 기능을 하는 결과물이 생산되었다. 작가의 감수성과 표현대상의 현대성이 작품의 중요한 구조를 이루어서 생성된 표상이다.

이번에 기획한 ‘도시. 사진적 풍경II’전은 2007년도 첫 전시에 이어서 이성과 감성 또는 조형성과 현대성 등 다양한 관점과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도시에 대한 자신들의 관심사와 견해를 드러내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현대성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도시에 대해서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획: 김영태 (현대사진포럼대표, 갤러리 아트사간 디렉터)